회사에서 쓰는 마지막 일기
안녕하세요, 워홀 막차로 캐나다 노바스코샤 이민을 준비 중인
유원 Lucia 입니다.
이 글은 회사 pc로 쓰는 마지막 글입니다^-^
드디어 오지 않을 것 같던 퇴사의 날이 다가왔어요.
오늘을 마지막으로 7년간 일했던 직장을 떠납니다.
비록 제 자리는 사람을 뽑지 않아서 사라지지만
그래도 돌이켜보면 미운정이 들었는지
뒤돌아 보니 고마웠던 점도 많네요.
저도 익숙함에 속아 어쩌면 감사함을 잊고 산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매일 걷던 아침 출근길도
매일 들리던 커피숍도
잔잔하고 평온했던 하루의 일상이 이젠 오늘로서 마무리됩니다.
그동안 혼자만의 사무 공간에서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일할 수 있었고
중간중간 딴짓하거나 잠깐 은행업무를 편하게 보러 갈 수도 있었습니다.
점심 시간 때는 피곤하면 의자를 두 개 붙이고 발 뻗고 누워있을 수 있었고
편하게 유튜브나 애니를 볼 수도 있었습니다.
자율적으로 일하기에 할 일이 끝나면
지금처럼 남는 시간에 블로그를 할 수도 있었고
자격증 공부도 할 수 있었고
일본어 공부도 할 수 있었고
제 인생을 담은 책도 출간할 수 있었고
자기계발도 할 수 있었습니다.
단체생활이 아닌 거의 혼자 일했기에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식단관리를 하면서
바디프로필에도 도전해볼 수 있었고
9시 출근 5시 칼퇴로
회식도 1년에 1~2번 있는 회사였기에
퇴근 후 다양한 취미생활을 시도해보기도 했고
워라밸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서울에서 자취 생활을 처음해볼 수 있었고
독립하며 나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와 가까이에 위치한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고 나서도
강남이 이렇게 인프라가 좋은 줄 덕분에 알게 되었으며
사람에 치이지 않고, 교통체증 없이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7년 간의 시간은 끊임 없는 고독과의 싸움이었습니다.
혼자서 일하기에 외로울 때는 끝까지 외로워지기도 했습니다.
어떤 날은 ‘안녕하세요~’ 한 마디만 한 적도 있었고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회사에서 보낸 날들도 많습니다.
이런 단절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비록 외롭더라도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택한 회피형 생존 방식이었습니다.
매일 혼자 밥을 먹었으며
매일 혼자 모든 업무를 혼자 알아보며 알아서 처리해왔습니다.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견디면서 혼자 잘 이겨내왔습니다.
이런 직장을 뒤로하고 저는 이제 떠납니다.
고립감 속에서 제 역량을 인정받기 어려운 점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혼자서 일하는 게 너무 좋았지만
그로 인해 제 업무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급여나 상여나 승진이나 여러모로 인정을 받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제 마음 속에 자라나는 성장 욕구와 인정 욕구를
사람들에게 상처받기 싫어서 ‘혼자’를 택하며 현실과 타협했습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저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을 느꼈고
또, 제 자리는 없어져도 되는 포지션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제가 지금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입니다.
안정적인 현실과 보호막을 찢고
거친 새로운 세계로 다시 나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제 선택이 잘한 선택인지 초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 5년을 보냈을 때의 제 미래와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지금과는 다른 5년을 보낸다면
저는 지금과는 더 높은 차원의 ‘내’가 되어 있을 것을
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쉽고, 두렵고, 초조하고, 무섭고, 겁이 나지만
스스로를 다잡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어쩌면 스스로를 더 믿어 보라는
운명의 흐름 또는 신의 계시일 수도 있겠습니다.
솔직히 자신 없지만,
그래도 저 스스로를 믿어 보면서
하루하루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보겠습니다.
이 곳에서의 7년이라는 세월도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그 의미를 더 명확히 알 수 있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