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 후임 안 뽑는 소기업
안녕하세요-!
현재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7년차 경리로 일하고 있는 유원입니다.
제가 이번달까지만 근무하고 퇴사하기로 했는데요,
회사에서는 제 후임을 뽑지 않겠다고 하더라구요.
저희는 공동대표님이 세 분이신데,
제 업무를 셋이서 나눠서 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참.. 허탈한 기분이 들었어요.
저는 인수인계를 애초에 후임자가 구해질 것을 고려해서 작성했는데,
제 포지션에 사람을 아예 구하지 않는다니요..
앞서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제 연봉은 이제서야 36백만 원 이에요.
한 달에 300만 원이고, 4대보험 소득세 제외하면
실수령 26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경리가 박봉이긴 하지만 이 회사에서 7년차
제 경력 토탈 합치면 10년이라는 경력을 감안했을 때
그렇게 높은 연봉은 아닙니다.
재작년부터 제 연봉은 100만 원만 올려주고 있었고
올해도 100만 원 올라서 36백만 원이 된 거예요.
그런데 제가 혼자서 7년 동안 이 일을 하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니
저도 다른 직원들처럼 연봉을 좀 더 올려달라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절대 올려줄 리가 없었고 ㅋㅋㅋㅋ
저는 다른 대안들을 제시하기도 했었어요.
저희 회사 직원들은 법인카드를 펑펑써요.
이 작은 회사에서 법인카드 비용으로만 한 달에 1천만 원이 넘게 나와요.
3/4분기 부가세 정산했을 때, 카드 사용 건 수 약 550건,
약 38백만 원이라는 돈이 카드값으로 나갔습니다.
물론 대표들이 쓴 돈이 더 많지만
저희 회사 직원 수가 14명인데,
저는 거의 안 쓰니까 저를 빼고 나누기 13하면
3개월 에 1인당 2,923,077원 정도를 쓴 셈이에요.
한 달에 1인당 약 1백만 원 정도를 쓴 꼴이 되겠네요.
경리 후임 안 뽑는 소기업
저는 이 부분이 늘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왜 저만 법인카드를 아껴서 쓰는지..
늦게 출근하니까 늦게 퇴근하는 게 당연한 건데
식사를 법인카드로 다 해결해요
커피값도 법인카드로 해결하고
아무튼 저희 회사만큼 법인카드 제한 없이 펑펑 쓰는 회사는 없을 거예요.
야근수당을 못 주기 때문에 법인카드를 자유롭게 쓰게 해주자는
대표님들의 방침이랍니다^_^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제 연봉을 올려주지 못한다면
저도 법인카드를 얼마정도까지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을 했었어요.
그게 아니라면 지금 현재 저희 회사에서 받고 있는
청년도약장려금 중에 일부라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결론은?
모.두. 다. 안. 된.다.
였습니다.
그냥 제가 뭘 얘기하는 게 싫은가봐요 ㅋㅋㅋㅋ
이렇게 후임을 구하지 않는 처사를 보니
그동안 제가 제 연봉을 올려달라고 얘기하는 게
얼마나 하찮았겠어요.
대표들이 제 일을 나눠서 하겠다는 것도
결국에는 할만 해 보이니까 자기들끼리 나눠서 한다는 거겠죠.
말로는 회사 사정 상 뽑기가 어렵다는 데
한 달에 꼴랑 300도 안 되는 급여 나가는 건데
자기들 법인카드만 아껴써도 그 돈은 나올 텐데 말이죠.
얼마나 제가 눈엣가시였겠어요.
솔직히 겉으로는 어쩌니 저쩌니 좋게 포장하려고 하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그냥 제 포지션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게 너무 눈에 보여서.
사실 어제는 기분이 내내 좋지 않았네요.
그러면서 혹시 전화 가면 전화 받아달래요 ㅋㅋㅋㅋㅋ
무슨 파일이 어디 있는지 전화하면 받아달래요 ㅋㅋㅋㅋㅋㅋㅋ
미친 거 아닙니까?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제가 얼마나 호구로 보였으면…
제가 평소에 얼마나 네네 웃으면서 대했으면
저런 말을 해도 받아 줄 거라고 생각하는지ㅎ
그래서 죄송하다고 했죠^_^
그리고 대화를 마무리 하는데
영주권에 필요한 서류가 있으면 메일로 소통드리겠다고 했더니
아까 제가 얘기한 ‘죄송합니다’를 그대로 비꼬면서 따라하면서
우리는 OO팀장처럼 ‘죄송합니다’ 하면서 안 받지 않을테니
메일 주라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니들끼리 알아서 잘 해봐라.
내가 하는 일이 쉬워보였겠지.
평소에도 게으르고 귀찮은 거 1도 하기 싫어하고
입을 벌려서 숟가락을 떠 넣어줘야 경리, 총무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하겠다고…ㅎ
뭐 이제 알빠노입니다.
그들은 제가 얼마나 이 회사에서
혼자 묵묵히 외로이 싸워가면서 일했는지 전혀 알지 못할 거예요.
저는 혼자 일하고 동료가 없기 때문에
또 저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함께 얘기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답답하거나 억울하거나 화나는 일이 있어도
늘 저 혼자 묵묵히 참고 견디며 해결해왔습니다.
뭐, 이제 됐습니다.
저는 이제 또 다른 제 인생을 열심히 살래요.
돌이켜보면 이 직장을 왜 이렇게 혼자서 오래 다녔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표들이 보기엔 제가 하는 일이 없어 보였겠죠.
하지만 저는 일을 빨리 끝내놓았을 뿐입니다.
딱 한 주만 버티면 7년 간의 회사 생활도 마무리 되네요.
아직 실감은 나지 않지만
저에겐 더 밝은 미래가 올 거라고.
그렇게 믿어보며 잘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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